2012년 11월 8일 목요일

[오래된 정원] 사람의 부재

나는 신을 벗고 툇마루에 올라 방문을 열고는 안에 아무도 없다는 걸 확인한다.

방안에 들어서지 않고 마루에 털퍼덕 주저앉아 봄밤을 수놓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저 봐, 별똥이 진다.

또 누가 세상을 떠나는가 보다.
멀리서 개 짖는 소리가 고즈넉하게 들려왔다.

어딘가 살아있다 하더라도 같은 장소에서 함께 있었던 사람의 부재는
거기 남은 한사람까지 존재하지 않게 만든다.

방안의 모든 물건과 하늘의 별들까지도
꿈에 나오는 것처럼 곧 다른 장면으로 바뀌면서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황석영, 오래된 정원(下)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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