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20일 화요일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하다

프랑스에 조르주 심농이라는 작가가 있다.
적확한 문체와 날카로운 관찰안, 거기서 배어나는 느낌있는 분위기가 특기였고, 매그레 시리즈로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그는 이백 권이 넘는 저작뿐만 아니라 의욕적인 우머나이저(색한)으로도 유명하다.

늘그막에 작가 스스로 한 고백에 따르면 "열세 살 때 시작해서 지금까지 약 일만 명의 여성과 성관계를 가졌다"고 한다.
물론 이런 유의 고백에는 과장이 따르기 마련이어서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부인은 그의 사후에 일만 명이라는 건 있을 수 없다며 "고작해야 천이백 명 정도 아니었을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것도 엄청나다.

심농은 "나는 섹스를 악덕으로 보지 않는다. 내게는 그저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할 뿐이었다"라고 표명했다.
그러나 내 생각에 세상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설령 성적인 관계가 아니더라도 주위 사람들과 어떻게든-항상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커뮤니케이션을 꾀하며 살아간다.
그러니 소통을 위해 일일이 섹스한다면 몸이 어찌 버티겠는가.

심농 씨 본인은 노벨문학상을 노렸던 모양인데 결국 받지 못했다.
그러나 그런 건 별로 상관없는 일이다.
생각해보라, 삼 년 전 누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심농이 섹스마니아였다는 것은 전설이 되어 문학사에 찬연히(는 아닌가) 빛나고 있다.

말할 것도 없지만, 섹스에서 중요한 것은 수가 아니라 질이다.
질에 만족하면 상대가 한 명이어도 상관없고, 설령 일만 명의 이성과 잤다고 해도 마음에 쿵 오는 것이 없다면 모든 것은 시간과 정신의 낭비에 지나지 않는다.

섹스와는 관계없지만, 나는 LP판을 모으고 있다.
열세 살 때부터 사 모아서 지금은 그 양이 상당하다.
대부분 오래된 재즈인데 "몇 장 정도 있습니까?" 물어도 모른다.
많이 사고 많이 처분해서 세고 있을 여가가 없다.
아마 일만 장은 넘지 않을까 짐작하지만 자신은 없다.

아, 그래서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가 하면 수집(마음을 쏟는 대상)할 때의 문제는 수가 아니라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당신이 얼마나 그걸 이해하고 사랑하는가, 그런 기억이 당신 안에 얼마나 선명히 머물러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이 커뮤니케이션의 진짜 의미일 것이다.

날마다 주고 레코드가게에 가서 곰팡내 나는 레코드 재킷을 손가락으로 넘기면서, 심농 씨도 분명 힘들었을 거라고 그의 노고를 추억했다.
세상에는 다양한 인생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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