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11월 10일 토요일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지금의 어른과는 전혀 다른

우리가 스무 살이던 시절에는 분명 자신이 서른을 넘으면 지금의 어른과는 전혀 다른 종류의 어른이 될 거라고 굳게 믿었다.
그리고 세상은 확실히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다.
이렇게 의식의 수준이 높고 이상에 불타는 우리가 어른이 되니 세상이 나빠질 리 없겠지.
나쁜 것은 지금 저기 있는 어른이다.
머잖아 전쟁은 사라지고 빈부격차도 줄고 인종차별도 없어질 거야,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존 레넌도 (아마)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체 게바라도 (아마) 진지하게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토피아가 도래하지 않았다.
전쟁도 빈곤도 인종차별도 없어지지 않았고, 우리는 서른을 넘었고, 대부분 옛날의 그 지루하고 멍청한 어른이 되었다.
'바보 같다'고 당신은 생각할지도 모른다.
이제 와서 보면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바보같다.
그러나 자신이 그 시절, 그 장소에 있을 때는 전혀 바보 같지 않았다.
그건 상당한 설렘이었다.
비틀스는 'All You Need Is Love'를 노래했고, 낭랑하게 트럼펫이 울렸다.

유감스럽게, 라고 해야 할 테지만 그런 낙관적인 시대는 그때 끝나버렸다.
요즘 '앞으로 세상은 점점 좋아질 거야'라고 믿는 젊은이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기 어렵다.

무라카미 하루키 -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p.88-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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